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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니면 말고’ 식 흑색선전과 종편의 기정사실화, 대한민국 정치 언론을 후진국으로 내몰다 [천지인뉴스]

[사설] ‘아니면 말고’ 식 흑색선전과 종편의 기정사실화, 대한민국 정치 언론을 후진국으로 내몰다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이를 24시간 확대 재생산하는 종편 패널들의 행태가 한국 정치의 수준을 심각하게 퇴행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처럼 훗날 대법원에서 완벽한 조작으로 판명 나더라도, 선거가 끝난 뒤 피해자의 명예는 이미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의혹을 사실인 양 포장해 유권자의 눈을 가리는 구태 언론 환경을 혁신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가의 미래 비전을 놓고 각 후보자가 정책적 역량을 겨루는 가장 숭고한 공론의 장이어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선거판은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격과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저열한 흑색선전이 정치권의 일회성 네거티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언론 특히 종합편성채널(종편)과 이른바 정치평론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패널들을 거치며 기정사실로 둔갑한다는 점이다. 진실 규명이나 교차 검증은 뒷전인 채 시청률과 진영 논리에 매몰된 작금의 언론 환경은, 대한민국의 정치와 언론 지형을 참담한 후진국 수준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뼈아픈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병든 선거 생태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이재명 대통령(당시 후보)의 이른바 ‘성남 국제마피아파 20억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이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특정 정당과 제보자를 통해 터져 나온 이 자극적인 폭로는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수많은 언론과 종편 채널들은 이를 하루 종일 톱뉴스로 다루며 지면과 화면을 도배했다. 결국 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최근 2026년 3월, 대법원은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인물들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유죄를 최종 확정했다. 특히 허위 폭로에 가담했던 인물이 실제 폭력조직 출신이었으며 오히려 상대 진영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사실까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이 거대한 의혹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철저하게 기획된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 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로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발생한 뒤였다. 선거 기간 내내 의혹의 대상자는 마피아와 결탁한 부패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위기에 처했고, 당시 초박빙으로 치러졌던 선거 결과에까지 유무형의 막대한 악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끔찍한 여론 재판의 중심에는 종편에 출연해 하루 종일 말을 쏟아내는 일부 편향된 정치평론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교묘하게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얇은 방어막 수준의 자락을 깔아두고는, 뒤이어 길고 장황한 평론을 통해 해당 의혹이 이미 기정사실인 것처럼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악의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사실 확인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은 무시한 채, 본인이 속한 진영의 입맛에 맞춰 상대 후보를 난도질하는 데 방송 전파를 남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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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와 종편 패널들의 무책임한 평론이 결합된 카르텔은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처참하게 박탈한다. 정책과 비전이 논의되어야 할 소중한 선거 기간의 방송 시간은 저질스러운 폭로전의 진위를 따지는 소모적인 공방으로 허비되고 만다. 훗날 사법부의 판결로 모든 것이 허위로 밝혀지더라도, 가짜뉴스를 유포한 이들이 受는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며 의혹을 증폭시켰던 평론가들이나 언론사는 형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이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넘어가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선거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가 반복되다 보니, 선거판은 진실보다 일단 자극적인 거짓말을 던져놓고 보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비극적인 학습 효과만을 낳고 있다. 이는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 언론 스스로가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사회적 흉기로 전락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이러한 야만적인 선거 언론 환경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언론은 단순히 제기된 의혹을 받아쓰기하거나 특정 패널의 편향된 입을 빌려 여론을 호도하는 무책임한 행태에서 벗어나, 철저한 팩트 체크를 통해 유권자에게 진실만을 전달하는 본연의 감시자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아울러 정치적 목적을 띤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이를 여과 없이 증폭시키는 방송 행태에 대해서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사후에라도 무거운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유권자 스스로가 자극적인 의혹 제기와 진영 논리에 갇힌 얄팍한 평론에 휘둘리지 않고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냉철한 혜안을 발휘해야만, 비로소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정치 언론 지형을 선진국 반열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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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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