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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아직 10분의 1 수준”…뉴욕 셰프의 냉정한 진단과 생존 전략 [천지인뉴스]

“K-푸드 아직 10분의 1 수준”…뉴욕 셰프의 냉정한 진단과 생존 전략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K-푸드, 양적 성장 넘어 질적 도약 필요”
뉴욕 현지 체감 “일식 대비 영향력 미미”
물류·브랜드·구조 갖춘 시스템 구축 과제

한식 도시락·치킨 프랜차이즈로 미국 시장에 도전한 김한송 셰프. 사진 C영상미디어

“K-푸드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지표로 보면 일식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활동 중인 김한송 셰프의 평가는 단호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와 달리,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아직 ‘초기 단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화려한 수출액 증가와 글로벌 인기 이면에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셰프는 뉴욕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한 인물이다. 미국조리사협회 총주방장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미 연방정부로부터 ‘탁월한 능력 소유자(EB-1A 비자)’로 인정받았다. 현재는 한국 전통 장류를 기반으로 한 식자재를 매달 40피트 컨테이너 단위로 미국 전역에 공급하는 B2B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며, 단순 요리사를 넘어 K-푸드 산업 전략가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시에 한국 젊은 요리사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멘토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의 도전은 안정된 삶을 내려놓는 선택에서 시작됐다. 2011년, 국내 방송 활동으로 인지도를 쌓아가던 그는 오히려 ‘미래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 속에 미국행을 택했다. 로드아일랜드의 요리 명문 대학에서 외식 경영을 공부한 뒤, 뉴욕 현지에서 프라이빗 다이닝 셰프로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18년 맨해튼 중심부에 한국식 도시락 브랜드 ‘핸섬라이스’를 열며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당시 뉴욕 외식 시장에는 일본식 벤또나 서구식 런치박스는 넘쳐났지만, ‘도시락(Dosirak)’이라는 이름 자체를 브랜드로 내건 사례는 드물었다. 그는 보다 수익성이 높은 스시나 롤 대신 불고기, 제육 등 한국식 메뉴를 전면에 내세웠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오픈 1년 만에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뉴욕 3대 런치 스폿’에 이름을 올리며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김 셰프는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K-푸드의 본질적 경쟁력에 대해서는 냉정한 시각을 유지한다. 그는 “구글 검색량만 봐도 스시가 10이라면 K-푸드는 1 수준”이라며 “된장찌개나 비빔밥 같은 전통 메뉴로 갈수록 인지도는 더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K-푸드 인기는 가격 경쟁력과 K-콘텐츠 확산 효과가 결합된 결과일 뿐, 독자적인 시장 지배력으로 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지속 가능한 구조’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일본 음식이 뉴욕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십 년간 축적된 자본, 문화, 미쉐린 레스토랑 중심의 생태계가 존재한다. 자연스럽게 일본산 식재료 수출과 브랜드 가치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한식은 특정 셰프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확장성이 제한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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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 셰프가 주목한 것은 ‘시스템’이다. 그는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론칭해 미국 내에서 확장성을 실험하고 있다. 뉴저지를 시작으로 텍사스 등지에 매장을 늘려가며 한국식 치킨 조리 방식과 문화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특히 주문 즉시 반죽을 입혀 두 번 튀기는 한국식 조리법을 유지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할랄 인증을 통해 무슬림 시장까지 확장한 점도 특징이다.

코로나19 시기 경험도 그의 철학을 바꿨다. 뉴욕이 봉쇄되며 외식 산업이 사실상 멈췄던 당시, 그는 병원 종사자들을 위해 디저트를 기부하는 활동을 2년간 이어갔다. 이는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음식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현재 그는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식품 컨설팅 회사 설립과 함께, 청년 창업가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미국 시장을 단일 시장으로 보지 말고, 지역별로 세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도시마다 소비 수준과 식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 접근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그는 K-푸드의 미래를 ‘양과 구조’에서 찾는다. 개별 식당의 성공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대규모 물류와 유통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한국 장류를 활용한 소스를 대량으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며 B2B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김 셰프가 그리고 있는 방향은 단순한 음식 산업을 넘어선다. 그는 한식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재난 지역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글로벌 활동에서 영감을 받아, 한식을 문화이자 공공적 자산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K-푸드가 세계적 흐름 속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뉴욕 한복판에서 체득한 그의 진단은,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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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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