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명절 민심 앞에 선 두 정당의 엇갈린 선택, 국민의힘은 무엇을 두려워했나
정범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용산역에서 귀성객을 향해 직접 인사를 건넨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역과 고속터미널 전통 인사를 생략했다.
장동혁 지도부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서는 ‘윤 어게인’ 구호와 이를 둘러싼 이인선 의원 발언이 겹치며 내부 균열 조짐이 노출됐다.
명절 민심과의 직접 접촉을 피한 선택이 보수 진영의 위축과 전략적 혼선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설 명절은 정치 일정표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순간이다. 전국 각지로 흩어져 있던 시민들이 고향으로 향하며 자연스럽게 정치와 민생을 화제로 올리는 시기이고, 정당 지도부가 대중과 가장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공간이 바로 역과 터미널이기 때문이다. 명절 귀성 인사는 단순한 덕담 자리가 아니라, 유권자의 표정과 반응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정치적 시험대에 가깝다.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서울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과 인사를 나눈 것은 이러한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읽은 행보다. 지도부는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명절 인사를 건네며 민생 현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환영과 무관심, 때로는 비판적 반응까지 모두 감수하겠다는 태도가 전제된 일정이었다.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장에 서는 것이 정당 정치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이는 전통적이면서도 정공법에 가까운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서의 공개 귀성 인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쪽방촌 배식 등 무료 봉사 활동을 중심으로 명절 일정을 마무리했다. 봉사활동은 분명 의미 있는 행보다. 그러나 정치적 맥락을 고려하면, 가장 많은 시민이 집결하는 공간을 비켜간 결정은 단순한 일정 조정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해 서울역과 터미널에서의 귀성 인사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로부터 비판적 목소리를 들었던 경험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명절 현장은 정제된 지지자 행사와 달리 통제가 어렵다. 우발적 항의나 즉석 질문, 날 선 반응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만약 또다시 유사한 장면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곧바로 정치적 상징 장면으로 소비될 수 있다.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판단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민심과의 직면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둔 전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며칠 전 장동혁 지도부가 보수의 상징적 공간으로 불려온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의 장면은 이런 해석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현장에서는 일부 지지자들이 ‘윤 어게인’을 외쳤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국민의힘 소속이자 대구시당위원장인 이인선 의원이 아직도 저런 것들이 있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전언이 전해지며 논란이 일었다. 특정 구호를 외치는 강성 지지층을 향해 같은 당 인사가 사실상 선을 긋는 듯한 표현을 사용한 셈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말실수 차원을 넘어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둘러싼 평가, 강경 지지층의 영향력, 중도 확장 전략을 둘러싼 고민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 때문이다. 보수의 텃밭으로 불려온 대구, 그중에서도 서문시장이라는 상징적 장소에서조차 내부 메시지가 일치하지 않는 모습이 노출됐다면 이는 국민의힘이 처한 구조적 고민을 드러낸다.
정치는 결국 확장성의 문제다.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는 전략으로는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기 어렵고, 그렇다고 기존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중도로 이동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인선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당 내부에서조차 강성 구호와 거리를 두려는 흐름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동시에 그만큼 내부 결속이 완전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명절 귀성 인사를 생략한 결정은 더욱 정치적으로 읽힌다. 비판을 감수하고 시민과 직접 마주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통제 가능한 일정으로 동선을 조정한 것은 방어적 전략에 가깝다. 그러나 정치에서 방어적 선택이 반복될수록 민심과의 거리는 벌어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택한 용산역 인사는 환영만을 기대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 공간에는 다양한 표정과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선택한 것은 민심을 있는 그대로 확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가장 많은 시민이 모이는 장소를 피해 갔다면, 이는 민심을 두려워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역 권력 재편을 넘어 정국 주도권과 직결된 정치적 분수령이다. 명절 민심은 그 전초전 성격을 띤다. 서문시장에서 드러난 엇갈린 구호와 내부 인식 차, 그리고 서울역·터미널을 비켜간 명절 일정은 보수 진영이 아직 전략적 균형을 찾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단서일 수 있다.
정당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거친 질문이 아니라, 더 이상 질문조차 하지 않는 시민의 무관심이다. 명절이라는 가장 상징적인 민심의 장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결국 선거라는 냉정한 평가로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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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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