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해저 케이블’ 카드, 호르무즈 해협 넘어 글로벌 디지털 경제 인질극 되나 [천지인뉴스]
이란의 ‘해저 케이블’ 카드, 호르무즈 해협 넘어 글로벌 디지털 경제 인질극 되나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 이란, 해상 봉쇄 해제 없이는 협상 불가능 천명하며 호르무즈 해협 내 국제 인터넷 해저 케이블 취약성 전격 언급 · 혁명수비대 연계 매체 통해 아시아·유럽 잇는 ‘팰컨’ 등 핵심 통신망 지적하며 무력시위 너머 디지털 봉쇄 위협 · 호르무즈의 군사적 긴장이 원유 수송 차단을 넘어 전 세계 데이터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뉴 노멀’ 위기 고조
중동의 화약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단순한 원유 수송권 다툼을 넘어 전 세계 디지털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해저 케이블 인질극’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해상 봉쇄 해제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명확히 요구하는 가운데, 이란 군부와 연계된 매체들이 호르무즈 해저를 지나는 국제 통신망의 취약성을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서방의 경제적 압박에 맞서 에너지뿐만 아니라 글로벌 데이터 흐름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이란식 ‘비대칭 전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란 타스님뉴스는 호르무즈 해협이 원유와 가스의 동맥일 뿐만 아니라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아시아, 중동, 유럽을 잇는 최소 7개의 대형 해저 통신 케이블이 지나는 핵심 길목이라는 점을 보도했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망인 ‘팰컨(FALCON)’ 등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이 좁은 해로에 집중된 케이블들이 중동 디지털 경제의 가장 치명적인 취약점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비록 직접적인 절단 위협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해저 케이블의 위치와 중요성을 상세히 보도한 것 자체가 서방 사회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자 잠재적 타격 수단임을 시사한 셈이다.
이러한 이란의 태도 변화는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읽힌다. 이들은 해상 봉쇄가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는 진정한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허가 없이 통과하려던 화물선 3척을 나포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고, 사거리 2,000km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을 공개하며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해저 케이블이라는 새로운 위협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미국이 주도하는 해상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정치적·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란의 이러한 행보는 권력 남용과 봉쇄에 맞선 논리 기반의 저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나, 그 방식이 전 세계 시민들의 일상과 직결된 인터넷 인프라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케이블들은 대부분 오만 영해를 지나며 상륙 지점이 오만과 아랍에미리트 등에 집중되어 있는데, 만약 이란이 실제 물리적 타격을 가하거나 통제력을 행사할 경우 글로벌 금융망과 통신 시스템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단순한 원유 수송로를 넘어 ‘디지털 안보’의 최전선이 되었다. 이란 강경파들이 침략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주장하며 전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해저 케이블에 대한 언급은 단순한 언론 보도 이상의 전략적 포석으로 봐야 한다. 향후 전개될 협상 과정에서 이란이 이 ‘디지털 인질’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중동 발 경제 위기가 에너지 대란을 넘어 전 세계적인 통신 마비 사태로 확산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만큼이나 해저 인프라 보호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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