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논객&사설

[사설] 유시민의 경고는 ‘하이에나의 저주’가 아닌, 파국을 막을 마지막 ‘레드팀’의 비명이다[천지인뉴스]

[사설] 유시민의 경고는 ‘하이에나의 저주’가 아닌, 파국을 막을 마지막 ‘레드팀’의 비명이다[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사법개혁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를 향해 “필연적인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며 던진 독설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친명계 의원들은 즉각 “근거 없는 저주이자 분열의 하이에나 짓”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지 내부 권력 다툼이나 ‘동지에 대한 배신’이라는 감정적 프레임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유 작가의 경고 이면에는 민주당이 직면한 가장 뼈아픈 모순과 위기 징후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유 작가 비판의 핵심은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중도·보수 외연 확장, 즉 ‘정계 개편(재건축·재개발)’ 구상과 검찰개혁의 후퇴에 있다. 지지층이 원한 것은 정체성을 명확히 지키면서 외연을 넓히는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지지 기반의 동의도 없이 집을 통째로 허물고 새로 지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5·18 비하 발언으로 낙마한 이병태 부위원장 논란 등은 급조된 ‘재건축 팀’의 천박한 기획 수준과 정체성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더욱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움직임을 두고 “대통령이 진짜 수사·기소 분리를 원하지 않으면서 아래에 책임을 미루는 마키아벨리식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은 정권의 핵심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했다. 핵심 개혁 과제를 권력 유지를 위한 협상 카드로 전락시키는 순간, 정권의 도덕적 정당성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 판을 대하는 언론들의 극단적인 편파성과 갈라치기 행태다. 현재 대한민국 언론들은 차기 당대표 선거를 두고 노골적인 여론 왜곡을 자행하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선명성과 원칙론을 주장하는 정청래 후보만을 타깃 삼아 ‘강성’, ‘독주’, ‘팬덤 정치’ 프레임을 씌워 조직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의 ‘픽’으로 알려진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후보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안정감 있는 주자라며 일제히 찬사 가득한 보도를 쏟아내는 이중성을 보인다. 심지어 언론들은 이번 유 작가의 발언마저 정청래 후보를 호위하기 위한 정파적 행동으로 왜곡하며 진영 내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대다수 미디어가 공정한 심판이 아닌, 특정 후보를 띄우고 특정 후보를 죽여 자신들이 원하는 ‘길들여진 야당’을 만들려는 설계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한 운동장에서 치러진 경기라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패자는 승자에 승복하고, 관중들 역시 승자의 능력을 인정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것이 우리가 아는 상식이자 민주주의의 규칙이다. 하지만 심판이 편파적이고, 특정 관중들이 도를 넘는 악의적 응원구호로 경기장 분위기를 난장판으로 만든 상황에서 치러진 경기는 다르다. 설령 그런 불공정한 경기장에서 승리한 주자가 나온다 한들, 승리 뒤에 남는 것은 축하가 아니라 상대방 관중들의 거센 손가락질과 불복뿐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라는 운동장은 객관적으로 그 누가 봐도 공정한 경기장이 아니다. 언론이라는 심판들이 대놓고 정청래 후보에게만 레드카드를 만지작거리며 흠집을 내고, 특정 후보들에게는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을 깔아주는 편파 판정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선거 결과에 과연 어느 지지층이 기꺼이 승복하고 통합을 외칠 수 있겠는가.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언론의 프레임 전쟁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모든 후보가 오직 당원과 국민의 뜻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경고의 진짜 무게는 향후 도래할 ‘진보 진영의 공멸 시나리오’에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의 분열과 좌절을 경험했던 진보 진영이기에 유 작가의 준엄한 경고는 더욱 뼈아프다. 언론의 악의적인 프레임 속에서 이른바 ‘뉴 이재명 계파’의 독주가 고착화되고, 지지층과의 약속이었던 검찰개혁마저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결과는 파국이다. 당은 결국 친청(親정청래)과 친명(親이재명)으로 완전히 갈라설 것이며, 민주당의 고질적 병폐인 ’10년 주기 분당 사태’가 재현될 수밖에 없다. 언론의 갈라치기에 놀아나 정체성을 잃고 사분오열된 정당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필패하리라는 것은 예언이 아닌 필연적인 산식이다.

그럼에도 친명계 의원들은 유 작가의 발언을 “동지의 입에서 나온 저주”로 치부하며 입을 막기에 급급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검찰개혁은 무엇이냐”는 반문이나 “실패를 먹고 사는 하이에나”라는 식의 원색적 비난은 위기를 경고하는 내부 목소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는 전형적인 패거리 정치, ‘뺄셈 정치’의 문법이다. 역사적으로 권력이 내부의 고언을 ‘총질’로 규정하고 귀를 막았을 때 정권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정권 내부에서 아무도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쓴소리를 하지 못할 때, 외부에서라도 정권의 궤도 이탈을 경고하는 강력한 ‘레드팀’이 존재해야 정권이 살고 당이 산다.

유시민의 경고는 이재명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저주가 아니다. 이대로 폭주와 타협을 반복하다가는 진보 진영 전체가 재기 불능의 상태로 궤멸할 수 있다는 절박한 비명이다. 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의 경고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편파 언론의 ‘정청래 죽이기’ 프레임에 편승해 내부의 따끔한 회초리를 ‘하이에나의 저주’로 치부하며 귀를 닫는 순간, 유 작가가 예언한 ‘필연적 실패’의 시계는 더욱 빠르게 돌아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판자에 대한 맹목적인 공격이 아니라, 개혁의 초심을 돌아보고 무너진 공정의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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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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