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3화. 완벽한 궁합의 함정, 겉도는 뿌리

양철지붕 위로 후드득,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낡은 지붕을 두드리는 불규칙한 파열음이 신당 안을 가득 채우던 팽팽한 긴장감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은은하면서도 알싸한 향냄새가 코끝을 맴돌며, 벼락같은 공수에 넋이 나갔던 부산 여인의 거칠어진 숨결을 서서히 진정시켰다.

“보살님, 결혼 전에 분명 이름난 철학관이나 점집에서 궁합을 보셨겠지요.”

김 법사의 목소리는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맑은 물처럼 차분하고 인자했다. 손수건으로 젖은 뺨을 훔치던 여인은 흠칫 놀라며 붉어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 시어머니 되실 분이 용하다는 곳을 세 군데나 돌아다니며 날을 받으셨어요. 어디를 가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생연분이라고, 너무 좋다고 했거든요.”

여인의 목소리는 억울함으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꽉 쥔 두 손 위로 얇은 치맛자락이 구겨지는 것이 보였다.

김 법사는 한지에 적힌 두 사람의 사주팔자를 마른 손가락으로 천천히 짚어 내려갔다.

“그 쟁쟁하다는 곳들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드러난 사주 기둥만 놓고 보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지요. 서로 부딪혀 깨진다는 상충살(相沖殺)도 없고, 이유 없이 미워진다는 원진살(怨嗔殺)도 깨끗하게 비켜 갔습니다. 무엇보다 물과 나무가 만나 서로를 길러주는 상생(相生)의 오행을 가졌으니, 얕은 재주를 가진 술사들이 보기엔 박수가 절로 나오는 찰떡궁합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왜 저는 남편 곁에만 가면 숨이 막히고 끔찍한 가위에 눌리는 걸까요?”

“결혼이란 살아있는 두 사람의 육신만 섞이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 법사의 눈빛이 순간 촛불의 일렁임과 함께 깊게 가라앉았다.

“보이지 않는 뿌리, 즉 양가 조상들의 합(合)이 들어맞아야 비로소 한 지붕 아래서 편안히 밥을 먹고 살을 섞을 수 있는 법이지요. 지금 보살님 친정 쪽 조상님들과 시댁 쪽 조상님들이 쳐둔 울타리가 서로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형국입니다. 물과 기름처럼 조상줄이 팽팽하게 서로를 밀어내고 있으니, 그 핏줄을 이어받은 보살님의 육신이 먼저 반응을 하는 것입니다.”

김 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단 앞의 촛불 심지를 가위로 살짝 잘라냈다. 타닥, 하는 소리와 함께 신당 주변이 한층 밝아졌다.

“원래 보살님은 타고나기를 축축하고 깊은 땅과 같은 강한 음기(陰氣)를 품고 나셨습니다. 자연의 이치상 음기가 짙은 여인은 불같은 양기(陽氣), 즉 사내를 본능적으로 찾고 끌어당기게 되어 있지요. 그런데도 유독 남편분의 살갗이 닿는 것조차 소름이 돋고 뱀을 보듯 밀어내게 된 것은, 보살님의 마음이 식어서가 아닙니다.”

그의 단호한 목소리가 양철지붕의 빗소리를 뚫고 여인의 귓가에 깊숙이 꽂혔다.

“보살님의 뒤에 선 조상들이 사돈댁의 기운을 사력으로 쳐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지독한 거부감이 보살님의 강한 음기와 뒤섞여, 남편에 대한 극심한 거부 반응으로 몸뚱어리를 통해 터져 나오는 것이지요. 잠자리에서 남편을 밀어낸 것도, 밤마다 헛것에 짓눌려 가위를 앓은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습니다.”

여인은 그제야 자신이 왜 그토록 남편의 체취조차 견디지 못하고 원인 모를 불안에 시달렸는지, 꽉 막혀있던 가슴속 응어리가 툭 터지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자신도 모르게 억눌려 있던 깊은 한숨이 젖은 입술 사이로 길게 새어 나왔다. 하지만 안도도 잠시, 곧바로 짙은 두려움이 여인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그럼… 조상님들이 그렇게 싸우고 계신다면, 저는 평생 남편을 피하며 이렇게 살거나 이혼을 해야 하는 건가요?”

절망이 섞인 여인의 떨리는 물음에, 김 법사는 빙긋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대신부채를 집어 들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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