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12년 반 만에 재현된 금값 폭락…광란의 랠리 끝자락에서 드러난 투기와 변동성
정범규 기자

국제 금값이 하루 9% 급락하며 201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 투기 자금의 대규모 차익 실현과 통화·금리 변수 변화가 폭락의 도화선이 됐다.
금보다 작은 은 시장에서는 1979~1980년 은 파동을 연상케 하는 극단적 변동성이 재현됐다.
지난달 30일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값이 12년 반 만에 최대 폭으로 폭락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날 금 현물 종가는 트로이온스당 4,894.23달러로, 전장 대비 9.0% 급락했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2013년 4월 15일 기록한 -9.1%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당시 역시 1980년 2월 이후 33년 만의 최대 낙폭으로 기록되며 시장에 깊은 상흔을 남긴 바 있다.
금값의 장기 흐름을 되짚어보면 이번 폭락이 단기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은 2002년 온스당 280달러 수준에서 출발해 2011년 9월 1,920.3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까지 약 10년간 완만하지만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정점 이후 1년 반 만인 2013년 4월, 하루 9%가 넘는 급락을 겪으며 1,348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금값은 2013년 말 1,201달러, 2014년 말 1,184달러, 2015년 말 1,061달러로 저점을 계속 낮추며 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2013년 당시 금값 폭락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가 극대화됐고, 중국이 달러 패권에 맞서 통화 전쟁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며 금값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였던 8%를 크게 밑도는 7.7%로 발표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성장 둔화로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 여력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고, 재정 위기에 몰린 남유럽 국가들이 금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며 급락이 본격화됐다.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퍼져 있었던 점도 하락을 가속했다.
이후 금값은 2016년부터 다시 우상향해 2023년 2,000달러 선을 회복했고,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27%, 64%라는 폭발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폭락 직전까지 25% 급등하며 장중 5,59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최근의 금 랠리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매입, 상장지수펀드로의 자금 유입,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속적인 금리 인하, 지정학적 긴장이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달러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확산되며 금 랠리를 더욱 자극했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고, 그 결과 지난해 달러 가치는 8% 하락해 2017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의 금값 상승은 점차 광란에 가까운 속도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개인 투자자부터 원자재 시장에 진입한 대형 주식형 펀드에 이르기까지 중국 투기 자금의 대규모 매수 물결이 과열 국면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덜 비둘기파’로 평가되는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투자자들이 일제히 차익 실현에 나서며 폭락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츠에서 원자재 부문을 맡았던 알렉산더 캠벨은 “중국이 팔았고, 이제 우리는 그 후폭풍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변동성은 은 시장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났다. 은 시장 규모는 약 980억 달러로, 7,870억 달러에 이르는 금 시장보다 훨씬 작아 가격 변동성이 크다. 지난달 30일 은 현물 가격은 하루 만에 27.7% 급락했다. 이날 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최대 ETF인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의 거래대금은 4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ETF 중 하나로 떠올랐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하루 거래대금이 20억 달러를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과열과 공포가 동시에 분출됐음을 보여준다.
은값은 지난해 150% 넘게 폭등한 데 이어 올해도 급등세를 이어왔으며, 이번 폭락 이후에도 1월 기준으로는 여전히 17% 상승한 상태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미 1979~1980년 은 파동이라는 전례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미국 텍사스주 석유 재벌 헌트 일가는 대규모 차입을 통해 은을 집중 매입하며 가격을 온스당 10달러 미만에서 50달러까지 끌어올렸지만, 불과 두 달 만에 10.80달러로 폭락하며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번 금·은 가격 급변 역시 안전자산이라는 이름 아래 형성된 투기적 과열과 글로벌 자본 이동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중앙은행 정책, 지정학적 변수, 특정 국가의 투기 자금이 맞물릴 경우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경고음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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