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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보수 언론과 종편의 ‘김관영 딜레마’, 그 얄팍한 태세 전환의 끝은 [천지인뉴스]

보수 언론과 종편의 ‘김관영 딜레마’, 그 얄팍한 태세 전환의 끝은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돈봉투 대리비’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후보를 향해 맹폭을 쏟아내던 보수 언론들이 무소속 출마 이후 돌연 비판을 멈췄다. 야권의 분열 프레임을 부각하기 위해 과거의 잣대를 거두고 은근한 응원을 보내는 매체들의 이중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시한부 침묵’은 선거가 끝나고 김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거센 공세로 돌변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돈봉투 대리비’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전격 제명된 후 무소속으로 전북지사 선거에 뛰어든 김관영 후보를 대하는 보수 언론과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태도가 묘하게 달라졌다. 불과 한두 달 전, 종편 채널을 통해 식당 CCTV에 포착된 현금 살포 장면이 최초로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이들은 하이에나처럼 일제히 맹폭을 가했다. 당시 주요 보수 매체들은 “선거법 위반의 전형”이라거나 “변명의 여지가 없는 구태 정치”라며 날 선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패널들이 연일 출연해 대리비 지급 여부를 떠나 도덕성 파탄을 운운하며 사퇴를 압박하는 여론을 주도했다. 당시 쏟아진 보도들의 논조를 반추해 보면, 김 후보의 도덕적 치명상을 부각하며 정치적 생명이 사실상 끝났다는 식의 단정적 비판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김 후보가 민주당의 신속한 제명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자, 이들 매체의 논조는 마법처럼 부드러워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돈봉투’나 ‘현금 살포’라는 자극적인 키워드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그 빈자리에는 ‘민주당 내부 갈등’, ‘친명 지도부의 가혹한 징계’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들어섰다. 종편 패널들은 이제 김 후보의 개인적 비위 혐의나 경찰 수사보다는 12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민주당의 징계 절차가 부당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김 후보가 선전하자, 호남 민심이 민주당의 오만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식의 아전인수격 해석까지 곁들이며 은근히 무소속 후보를 띄워주는 모양새다. 특정 정당의 균열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제의 비판 대상을 오늘의 유용한 정략적 카드로 활용하는 얄팍한 계산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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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보수 언론의 이러한 우호적 관망세, 즉 갑작스러운 ‘김관영 비판 중지’는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현명한 독자들은 이 침묵의 유효기간이 정확히 6·3 지방선거 당일까지라는 것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100%에 가까운 확률로 다음의 시나리오를 예측한다. 만약 김 후보가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전북지사 당선증을 거머쥔다면, 다음 날 아침 보수 매체의 1면과 종편의 헤드라인은 다시 한번 급변할 것이다. 선거 기간 내내 덮어두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다시 집요하게 파고들며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도정”, “도덕적 흠결을 안고 출범한 전북”이라는 논조로 매섭게 흔들어댈 것이 뻔하다. 결국 지금의 침묵과 응원은 김 후보 개인의 억울함에 공감해서가 아니라, 야권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철저한 정략적 도구일 뿐임이 방증되는 대목이다.

언론의 비판 기능은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일관되게 보도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선거 유불리에 따라 비판의 잣대를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이는 행태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대리비 돈봉투’라는 사건의 본질은 전혀 변한 것이 없음에도, 후보의 소속 당적이 바뀌고 야권 분열의 불씨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세던 공세가 응원으로 둔갑하는 현상은 우리 언론 지형의 씁쓸한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유권자들은 표심을 흔들기 위한 일시적이고 작위적인 언론의 태세 전환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언젠가 목적을 달성하면 다시 매서운 이빨을 드러낼 이 뻔한 ‘시한부 침묵’의 패턴을 경계하고, 사안의 본질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유권자의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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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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