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만든 ‘손’…의수에서 로봇까지, 기술이 삶을 바꾸다 [천지인뉴스]
3D프린터로 만든 ‘손’…의수에서 로봇까지, 기술이 삶을 바꾸다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사고로 손을 잃은 한 사람의 절박한 질문이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3D프린팅 기술로 전자의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기업이 등장했다.
의수 기술은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2015년 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짧은 글 하나가 새로운 기술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3D프린터로 의수 제작이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이었다. 사고로 양쪽 손목을 잃은 한 남성이 고가의 전자의수를 감당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한 사연이었다.
이 글을 접한 이상호 대표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당시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책임연구원이었던 그는 취미로 익힌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전자의수 제작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재능기부로 시작했지만, 비용 문제로 의수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을 접하며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
그가 설립한 만드로는 기존 의수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기존 전자의수는 한쪽당 약 4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였고, 유지 기간도 제한적이었다. 이에 반해 만드로는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3D프린팅을 적극 활용해 가격을 200만~400만 원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기존 대비 약 20분의 1 수준이다.
기술의 핵심은 단순한 외형 재현을 넘어 실제 사용이 가능한 ‘기능성’에 있다. 전자의수에는 모터와 센서가 내장돼 손을 쥐거나 펴는 기본 동작은 물론, 운전이나 악기 연주 같은 정교한 움직임도 가능하다. 특히 근전도 센서를 활용해 사용자의 근육 신호를 읽고 이를 동작으로 변환하는 방식은 사용자 의도를 반영한 정밀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3D프린팅 기술은 맞춤 제작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절단 부위와 형태가 사람마다 다른 만큼 기존에는 금형 제작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지만, 이제는 3D 스캔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설계·생산이 가능해졌다. 표준화된 구조 위에 개인별 맞춤 요소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기능의 균형도 확보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만드로는 CES 2024에서 초소형 로봇 손가락 의수로 ‘노인 및 접근성’ 분야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CES 2026에서도 손목형 전자의수로 혁신상을 추가로 수상했다. 기술 완성도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기술이 의수를 넘어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손 움직임을 정밀하게 구현해야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만드로의 기술이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오버소닉 로보틱스와 협력해 산업용 로봇 손 개발에 나서며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의수와 로봇은 서로 다른 시장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람의 손을 구현하는 기술’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의수는 개인의 신체와 연결되는 정밀성이 중요하고, 로봇은 다양한 환경에서의 활용성이 요구되지만 기술적 기반은 동일하다. 이 때문에 한쪽의 발전이 다른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상호 대표는 “처음에는 한 사람을 위한 손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산업과 연결되는 손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기술 확장의 중심에도 여전히 ‘사람’이 있다고 강조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능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한 개인의 절박한 질문에서 시작된 기술이 이제는 의료와 산업을 잇는 핵심 기술로 성장하고 있다. 3D프린팅과 로봇 기술의 결합이 만들어낸 변화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인간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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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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